당신이 ‘반동성애 동아리’가 있는 학교 이름을 처음 들어본 이유

대충 파악해본 바, 소위 ‘반동성애’ 모임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계정은 여섯 개 정도가 살아남아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계정은 KC대학교라는 대학 재학생이 만든 계정이었고, 그는 트위터를 폭파했지만 여전히 ‘성다수자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백석대학교에도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 남은 계정은 ‘고신대학교 반동성애부’, ‘한세대학교 반동성애모임’, ‘서울신학대학교 반동성애모임’, ‘신안산대학교 반동성애부 ‘사우나’’, ‘호서대학교 반동성애부’, ‘전주대/비전대 반동성애모임’ 이렇게 여섯 개인 듯하다.

한 때 ‘전동동(전국 대학교 동성애 반대 동아리 연합)’이라는, 누가 봐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존재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요상한 계정도 있었는데, 그 계정은 패러디적 의도를 밝히고 활동종료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노잼이며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노잼의 자유 또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2016년인데 아닌 밤중에 반동성애 모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몇 명 출몰하고 있다. 저 리스트를 본 뒤라면 아마도 당신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도통 어디 붙어 있는 대학인지를 모르겠다. 지독하게도 학벌주의적인 생각이지만 그렇다. 그리고 저들 또한 학벌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징후가 있다. KC대학교 재학생은 자신이 재학중인 대학이 ‘인서울 대학’이라는 처연한 포스팅을 했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본 대학에 재학한다고 한들 2016년에 반동성애를 자랑스럽게 내걸 수 있는 정도의 지성으로 무슨 희망이 있겠냐만, 반동성애 모임을 자처한 계정주들은 자신의 기치를 설명하기 전에 자기 학교의 위치를 명시하고 우리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를 설명해야하는 나름의 고충을 가지고 있다. (각 트위터 프로필 참조)

왜 이들 자칭 반동성애 모임 계정에는 들어본 적 없는 대학 이름만 내걸릴까? 자칫 착각해서는 안 된다. ‘수준 낮은’ 대학에서나 반동성애 어젠다가 먹히고 있고, 소위 ‘수준급’ 대학에서는 그런 주장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반동성애 활동을 트위터에서 개진하게 된 것은, 이들이 반동성애 활동에서도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성소수자 당사자 운동이 개진된지도 어언 20년이 흘렀는데, 이 역사만큼이나 대학 내 반동성애의 역사도 길다. 잠깐 짚고 넘어가볼까 한다.



동성애혐오자들은 동성애자가 드러나 보이지 않으면 규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학 내 반동성애의 역사를 95년도부터 세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 해 4월 연세대학교 ‘컴투게더’와 서울대학교 ‘마음001’의 결성을 필두로 결성된 성소수자 모임들은 2016년 현재 40여개가 모여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를 결성하고 있고, 아직 QUV에 연대하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모임들이 있으며, 새로 만들어지려는 준비 단계의 모임들도 많다. 마음001을 제안한 이정우 활동가가 삐삐와 우편함으로 혐오성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결성하고 모임을 공식화한 사람들이 어떤 혐오의 폭풍에 시달렸을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확실한 사실은 폭풍은 곧 잦아들기 마련이란 것이다. 관심이 떠나간 뒤, 끈덕지게 집착하는 열성 호모포비아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때의 이야기는 드문드문, 정황에 의해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정황들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98년 ‘마음006’ 시절,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모임은 영화제 리플렛에 ‘HOMO 찢어 죽여’라고 써서 동아리방 앞에 투척한 혐오범죄를 직면했다. 이 때 ‘마음006’은 가동아리 등록-정동아리 등록 후 동아리방을 배정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는데, 아직 살아있었던 ‘운동권’적 정치적 올바름의 지표에 의해 성소수자 동아리에 대한 전향적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동아리연합회에도 많았으므로 꽤 무난하게 정동아리가 되었다는 공적인 회고와 사뭇 다르게, 종교분과의 방해를 기억하며 원한을 토로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혐오자들은 꽤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드문 사건 중 하나는 2008년 이화여대에서 일어났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당시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는 레즈비언 문화제 기간 동안 학생문화관에 무지개 걸개를 게시했다가 도난당했고, CCTV를 확인한 끝에 범인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레이트비전’이라는 선교 동아리의 임원진이었던 이들은 당연히 학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으며, 동아리연합회 총회에서 장시간 사과요구를 받다 “그래도 동성애는 죄”라며 자폭한 끝에 동아리 제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였다. 2012년 서울대에서도 서울대학교 성적소수자 동아리 QIS의 홍보물에 “How Could Your Life Be Created?”라는 브로큰 잉글리시 막도장을 찍고 다닌 후 이를 졸업전시로 제출한 미대생이 문제되었다. 이러한 작업을 지도하고 승인한 미술대학의 시스템이 가장 비판받아야 하지만, 해당 미대생이 미대 크리스천 모임의 열렬한 멤버였다는 사실 또한 의미 있는 디테일이다.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으나 역사가 오래된 성소수자 모임에는 도시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 하나라면 역시 성소수자 모임이 발간한 자료집이나 학내 언론을 밤에 몰래 수거해서 가져다 버리는 신실한 분들의 존재이다.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 모임들은 여전히 ‘반대’와 반달리즘에 직면하는데, 당장 2014년에도 95년 창립된 동아리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 사람과사람, 2008년에 한 대거리를 한 이화여대 변태소녀하늘을날다 등의 홍보물이 훼손되었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디마이너는 심지어 ‘다이(Die)마이너’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스토킹에 시달렸다. 다행히도 다이마이너는 개인의 일탈행동에 가까웠던 듯하고, 의심되는 사람의 졸업 후 별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거칠게 일반화해보자면, 대학가의 성소수자 혐오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가 사회화 덜 된 초딩들의 잔인하고 유치찬란한 괴롭힘 같은 감정이라면, 다른 하나는 개신 기독교이다. 그 중 특히 후자는 조직적으로,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해 총력적으로 ‘동성애 저지’에 나서며, 이들 중 다소 이성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자들은 절도와 같은 실정법 위반에 이르곤 한다. 때 아닌 ‘반동성애모임’의 출현에 직관적으로 개신 기독교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상작용이다. 지금 고신대학교 반동성애부를 자처하는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주요셉 목사와 깊은 교분을 나누는... 그런 것 말이다.



주목할 만한 혐오의 축이 개신 기독교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저들 대학 중 상당수가 기독교 계열 학교라는 사실이 이를 다시 한 번 예증한다. 20년간 익명성 뒤에 숨은 채 대학생 성소수자들을 스토킹하며 괴롭혀 온 일부 개신 기독교 단체 및 기독인 개인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 쇠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신도 수와 회원의 수가 급감한다. 공격성을 내재한 전도 방식에 대한 반감은 뿌리 깊다. 애초에 자신의 혐오에 의문을 품지 않은 뻔뻔한 일부 개신 기독교인들에게 동성애는 내부 규합을 위한 외부의 적이 되며, 슬프게도, 꽤 진보적이었던 개신 기독교 계열 단체인 한기연조차 조직 보위를 위해 이런 저런 통밥을 굴리다 고 육우당을 모독하기에 이르러, 내부 역량 배양의 실패와 독선, 아집으로 똘똘 뭉친 스톡홀름 신드롬 상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기연은 현재 6개 대학 내 연합동아리이고, 그 중 일부 대학에서 회원 수 급감으로 인하여 동아리방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트위터에서 본의 아니게 언급된 저 대학들에서는 일어난 적 없는 일일 것이다. 우선 대부분 개신 기독교 계열의 대학이고, 내부적으로 탄압할 만큼 가시적인 성소수자들의 결사가 있었던 적도 없는 학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은 대학 내 반동성애/반성소수자 어젠다의 적자가 아니다. 필드에서 뛰면서 자보를 붙이고 찢어봤다거나 성소수자들이 만든 문건을 절도하여 폐기하는 실정법 위반까지 저질러본 사람은 없다. 갓 대학에 입학한, 멋모르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풍월이 전부인, 그런 자들이다. 그들의 돌발행동이 트위터 계정으로 터져나온 것뿐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에 매우 익숙하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홍어 운지 드립을 치는 어떤 학생들이 오뎅을 먹으며 손가락을 이상하게 꼬아 일베에 인증샷을 올린다. 저들은 그저 인터넷을 떠도는 혐오자들 중 하나일 뿐이고, 트위터라는 플랫폼에 자신이 다니는 대학 이름을 걸어두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의 존재를 인터뷰까지 해가며 기사화한 한겨레 신문의 기사는 좋지 않은, 무책임한 기사였다. 오늘 한세대 반동성애 모임 계정은 계정주가 즐겨 다니는 토렌트 공유 사이트 주소를 트윗했다. KC대학교 재학생은 개인 블로그에 광고를 달겠다는 공지를 올린다. 그들은 ‘모임’을 자처하지만, 실제 그들이 모임의 실질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설마 복수의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집합을 모임이라고 부를 수 있기나 한지 우리는 아는 바 없다. 그들이 ‘모임’을 자처한 이유는 분명하다. 각 대학 내에서 20년의 맥락을 가지며 사람을 모으고 발전해온 대학성소수자모임이라는 가시적인 대조군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주장대로 ‘모임’이라고 받아 적어 줌으로써, 한겨레 신문의 기사는 이들을 그러한 대학성소수자모임과 동급의 상대로 승급시켜 링에 올려주었다. 그 기사의 세계관에는 20년간 대학사회 안에서 성소수자들이 반성소수자 어젠다와 치루어 온 투쟁의 역사와 천여 명의 학생들이 결성한 네트워크인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같은 단체의 실체는 무시된다. 저들 자칭 반동성애 모임을 조망하는 데는 'XX대학교 부먹/찍먹성애자 모임'과 같은 방식이 훨씬 적절하다는 명백한 사실 또한 그렇다. 한겨레 신문의 기사는 전반적인 논조에서 읽을 수 있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무지라는 가장 큰 과오를 저질렀다. 이는 골방에서 자위하는 트위터 상의 자칭 반동성애 모임 계정주 대여섯 명이 저지른 것보다 훨씬 큰 해악이다.

덧글

  • stu 2016/06/11 02:47 # 삭제 답글

    서울신학대학교에는 반 동성애 모임이 없습니다. 그 트위터는 서울신대 학생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절대 공식적인 동아리가 아닙니다
  • stu 2016/06/11 02:49 # 삭제 답글

    서울신학대학교에는 반 동성애 모임이 없습니다. 그 트위터는 서울신대 학생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절대 공식적인 동아리가 아닙니다
댓글 입력 영역